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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신문] 로봇 수출기업이 특허분쟁 리스크를 헤지(Hedge)하려면

이 글은 이동환 대표 변리사가 로봇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자양분 삼아 로봇산업의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작년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이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로봇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모든 산업 군이 그렇겠지만, 로봇 산업의 경우 특히 '수출'이 활성화되어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수출 이력은 외부 투자를 받거나 기술 라이선스 아웃을 추진할 때 또는 기술특례상장의 기술평가를 준비할 때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로봇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할까? 당연히 경쟁력 있는 기술력, 성능, 가격, 기술 지원 서비스 등이 중요하다. 여기에 중요한 요소로서 해외 특허분쟁 이슈 제거를 덧붙일 수 있겠다.

가상의 사례를 생각해 보자. A 기업은 국내에서 로봇 완제품을 제조하고, 이를 미국 현지 유통망을 갖춘 B 기업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 로봇의 모터에 결합되는 감속기는 중국 C 기업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는데, 미국 특허권을 보유한 D 기업은 해당 로봇 완제품에서 모터와 감속기 간 결합방식이 자신의 특허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경우 A 기업은 미국 수출이 어려워지고 소송에 휘말릴 수 있으며, B 기업과의 거래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로봇은 수많은 부품과 알고리즘이 합쳐져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중 하나라도 특허분쟁 이슈가 생기면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로봇 수출기업 입장에서 특허분쟁 이슈는 항상 걱정일 수밖에 없다. 그 연장선상에서 해외 거래처나 바이어 역시 특허침해 이슈가 생기지 않기를 원한다. 해외 진출할 때 특허분쟁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아래에서 도움이 되는 팁 3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1. FTO(Free-To-Operate; 자유실시 여부 또는 특허침해 분석)

FTO란 특허침해 위험을 낮추고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자사의 실시 기술이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질문을 하나 하겠다. "기업이 자사의 로봇 기술에 대해 특허권을 확보하고 있다면, 그 로봇 기술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아니오"이다. 특허권 보유가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절대 보장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양자를 구분하여 생각해야 한다. 기업은 반드시 FTO 수행을 통해 자사의 로봇 기술을 수출 국가에서 자유롭게 실시해도 되는 것인지 별도로 파악해야 한다.

만약 FTO 수행 결과 침해에 해당하는 특허(이하 '문제특허')가 확인된다면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까? 첫째 문제특허에 신규성, 진보성 등 무효사유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유력한 선행문헌을 미리 찾을 수 있다. 무효시키는 데에 성공한다면 문제특허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있다. 둘째 문제특허의 권리범위를 벗어나도록 회피 설계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다만 그 방안의 현실성, 투자 대비 수익률 및 수출 진행 중인 경우 계약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까지 고려해야만 한다. 셋째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 중에서 문제특허의 권리자에 대하여 침해 주장을 할 수 있는 특허가 있는지 검토할 수 있다. '맞불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넷째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방안이 모두 마땅하지 않은 경우 문제특허의 권리자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FTO를 수행함에 있어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특허분쟁 대응전략 지원사업'을 활용할 수 있다. 창업 7년 이내 소기업 및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가 총 사업비의 70%를 지원해 주고 기업은 현금과 현물로 30% 부담하면 된다. 필자는 산업용 로봇 기업, 위변조 판별서비스 기업 등과 함께 수차례 FTO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2. 경쟁사 특허 분석

다양한 로봇 기술 중에서 기업이 수출 시 주력하고 있는 분야가 있을 것이고, 그 세부 분야에서 특히 경쟁하는 기업들이 있기 마련이다. 경쟁 로봇 기업과의 분쟁 가능성이 아무래도 높을 수밖에 없다. 최소한 수출할 국가에서 국내외 경쟁사가 보유하는 특허를 분석할 것을 권한다. 앞서 살핀 FTO보다 경쟁사에 한정하여 상대적으로 좁게 분석하는 것이지만, 그 효율성은 높을 수 있다. 경쟁사가 과거 심판소송 이력이 있는지를 확인하여 그 성향을 살피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은 경쟁사 특허 분석은 분쟁 리스크를 낮추는 것 외에 추가적인 장점이 있을 수 있다. 경쟁사의 최근 연구개발 방향을 파악할 수 있고, 이는 자사 로봇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미국, 중국, 대만, 호주 등에서 특허권 침해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한국 포함). 이때 특허 전문가의 FTO 수행 혹은 경쟁사 특허 분석을 통해 특허 침해가 아니라는 의견을 받아둠으로써, 고의 침해가 아님을 입증할 수 있다.

한편 유럽으로 수출하고자 한다면 2023.06.01.부터 시행된 단일특허(Unitary Patent) 제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경쟁 로봇 기업의 특허가 2023.06.01. 이후 유럽에서 등록 결정되었고 단일특허 신청을 한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경쟁사 특허는 단일특허 제도에 서명한 EU 회원국(현재 17개국)에서 단일한 보호 효과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유럽 특허는 등록 이후 단일특허 제도의 특수성으로 인해 여러 EU 회원국에서 권리행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3. 수출 국가 특허 확보 

특허는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에서 발명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원하는 국가에서 별도의 출원 및 등록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즉 수출할 국가에서 자사의 로봇 기술을 특허로 보호받고자 한다면, 해당 국가에서 특허권을 따로 확보해야 한다. 이는 앞서 설명한 '맞불 전략'과 이어져 있는 부분이다.

해외 특허는 PCT 출원 또는 개별국 출원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PCT 출원은 특허협력조약에 가입된 100여 국가를 지정하여 동시 출원하는 효과를 가진다. 수출 국가가 장래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면, 우선 PCT 출원을 진행하고 이후 사업상황 등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권리 확보가 필요한 국가를 선택 및 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개별국 출원은 1-3개 국가에서 바로 특허권 확보가 필요한 경우 사용된다. 수출 국가가 한정적이라면 개별국 출원으로 진행하는 것이 PCT 출원보다 비용적으로 유리하다. 다만 개별국 출원은 각 국가 특허청에서 요구하는 방식에 맞추어 명세서, 번역문, 각종 서류 등을 준비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는 하다.

어떤 방식이든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수출바우처', 지역지식재산센터의 'IP나래 프로그램' 등 정부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하자. 수출 국가에서 경쟁력 있는 로봇 기술 부분에 대해서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미리 구축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확보한 특허권은 경쟁사를 견제하는 한편 특허분쟁 발생 시 협상 카드로도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상 3가지 방법을 적극 활용한다면 로봇 기업이 수출할 때 특허분쟁 리스크를 확실하게 낮출 수 있다. 또한 특허분쟁 해결 역량 및 수출 경쟁력을 전략적으로 강화함으로써,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도 있다. 부디 이번 글이 로봇 기업의 수출 활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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