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동환 대표변리사가 벤처스퀘어에 기고한 글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대폭 강화되었다. 2024년 8월 21일부터 영업비밀 침해행위, 아이디어 탈취행위 및 특허권 침해행위(이하 '기술탈취 행위'라고 함)를 고의적으로 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해야 한다(부정경쟁방지법 법률 제20321호, 특허법 법률 제20322호). 현행법은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그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번에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한도를 더 강화한 것이다. 경각심을 높이고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선제적 억지 및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이다.
물론 기술탈취 행위에 관한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 강화는 환영할 일이다. 경각심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 강화가 기술탈취 행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크게 2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은 2019년 7월 9일부터 영업비밀 침해행위와 특허권 침해행위에 대해 적용되기 시작하였다(아이디어 탈취행위에 대해서는 2021년 4월 21일부터 적용됨). 시행된 지 만 5년이 다 되어 가고 있지만, 판결문 DB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의 적용 여부에 대하여 판단한 사례를 찾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지 결정하기 위하여, 기술탈취 행위 관련하여 피고가 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 위 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피해규모, 피고가 얻은 경제적 이익, 위 행위의 기간·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피해를 입은 원고가 각각의 고려사항에 대한 증거를 충분히 제시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 최대 배상 범위를 초과하여 손해액이 산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 사례인 부산지방법원 2023.10.4. 선고 2023가합42160 판결을 참고해 보자. 가정식 조리기구를 제조 및 판매하는 중소기업이 주식회사 해피콜을 상대로 '패킹이 구비된 조리용기용 뚜껑' 관련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사례이다. 법원은 특허법 제128조 제4항에 의한 손해액 9억5천3백여만 원과 더불어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에 의한 손해액 5천4백여만 원을 추가 인정하였다. 특허권 침해 중지를 요청한 사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 신청한 사실, 피고가 약 7년간 침해행위를 지속하여 그에 따라 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얻은 사실 등이 인정됨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적용될 수 있었다.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적용되는 시기 동안 침해 제품의 매출액은 57억8천4백여만 원이었으나, 여러 요인이 고려되어 해당 매출액의 약 1%만이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에 의한 손해액으로 인정되었다. 손해액 산정 시 현행법에 따른 3배 배상과 개정법에 따른 5배 배상 간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적용되더라도 그리고 규정이 더 강화되더라도 그에 따른 손해액은 여전히 적을 수 있다. 손해액의 5배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고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선제적 억지 내지 피해 구제의 실효성 확보는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필자가 검찰 근무 당시 기술탈취 사건을 다수 경험해 본 결과, 기술탈취 행위는 결국 금전적 이익 때문에 일어난다. 기술탈취 행위로 인해 얻게 되는 이익은 모두 잃게 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야 한다. 특히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영업비밀 침해행위나 아이디어 탈취 행위보다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 2024년 2월 현재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위원회 대안 DD11540)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국가핵심기술이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았음에도 기술유출 행위를 한 자에 대한 벌금형을 15억 원 이하에서 65억 원 이하로 상향하고, 산업기술에 대해서는 15억 원 이하의 벌금에서 30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이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국회의 법 개정 노력과 함께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법원의 보다 엄중한 판결이 계속 누적되어야 한다. 기술탈취 행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회사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지속적인 보안 관리 및 교육이다. 인력이나 내부 자원이 부족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주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 보자. 더 이상 뒤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 보안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을 때가 기술탈취 행위를 대비하기에 가장 좋은 때이다.
이 글은 이동환 대표변리사가 벤처스퀘어에 기고한 글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대폭 강화되었다. 2024년 8월 21일부터 영업비밀 침해행위, 아이디어 탈취행위 및 특허권 침해행위(이하 '기술탈취 행위'라고 함)를 고의적으로 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해야 한다(부정경쟁방지법 법률 제20321호, 특허법 법률 제20322호). 현행법은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그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번에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한도를 더 강화한 것이다. 경각심을 높이고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선제적 억지 및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이다.
물론 기술탈취 행위에 관한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 강화는 환영할 일이다. 경각심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 강화가 기술탈취 행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크게 2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은 2019년 7월 9일부터 영업비밀 침해행위와 특허권 침해행위에 대해 적용되기 시작하였다(아이디어 탈취행위에 대해서는 2021년 4월 21일부터 적용됨). 시행된 지 만 5년이 다 되어 가고 있지만, 판결문 DB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의 적용 여부에 대하여 판단한 사례를 찾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지 결정하기 위하여, 기술탈취 행위 관련하여 피고가 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 위 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피해규모, 피고가 얻은 경제적 이익, 위 행위의 기간·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피해를 입은 원고가 각각의 고려사항에 대한 증거를 충분히 제시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 최대 배상 범위를 초과하여 손해액이 산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 사례인 부산지방법원 2023.10.4. 선고 2023가합42160 판결을 참고해 보자. 가정식 조리기구를 제조 및 판매하는 중소기업이 주식회사 해피콜을 상대로 '패킹이 구비된 조리용기용 뚜껑' 관련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사례이다. 법원은 특허법 제128조 제4항에 의한 손해액 9억5천3백여만 원과 더불어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에 의한 손해액 5천4백여만 원을 추가 인정하였다. 특허권 침해 중지를 요청한 사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 신청한 사실, 피고가 약 7년간 침해행위를 지속하여 그에 따라 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얻은 사실 등이 인정됨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적용될 수 있었다.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적용되는 시기 동안 침해 제품의 매출액은 57억8천4백여만 원이었으나, 여러 요인이 고려되어 해당 매출액의 약 1%만이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에 의한 손해액으로 인정되었다. 손해액 산정 시 현행법에 따른 3배 배상과 개정법에 따른 5배 배상 간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적용되더라도 그리고 규정이 더 강화되더라도 그에 따른 손해액은 여전히 적을 수 있다. 손해액의 5배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고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선제적 억지 내지 피해 구제의 실효성 확보는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필자가 검찰 근무 당시 기술탈취 사건을 다수 경험해 본 결과, 기술탈취 행위는 결국 금전적 이익 때문에 일어난다. 기술탈취 행위로 인해 얻게 되는 이익은 모두 잃게 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야 한다. 특히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영업비밀 침해행위나 아이디어 탈취 행위보다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 2024년 2월 현재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위원회 대안 DD11540)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국가핵심기술이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았음에도 기술유출 행위를 한 자에 대한 벌금형을 15억 원 이하에서 65억 원 이하로 상향하고, 산업기술에 대해서는 15억 원 이하의 벌금에서 30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이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국회의 법 개정 노력과 함께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법원의 보다 엄중한 판결이 계속 누적되어야 한다. 기술탈취 행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회사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지속적인 보안 관리 및 교육이다. 인력이나 내부 자원이 부족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주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 보자. 더 이상 뒤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 보안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을 때가 기술탈취 행위를 대비하기에 가장 좋은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