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동환 대표 변리사가 로봇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로봇은 센서, 액추에이터, 모터, 감속기, 파워서플라이, 인공지능 내지 머신러닝 알고리즘 등 매우 다양한 기술의 집합체다. 로봇을 만드는 데에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 모든 것은 로봇 설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설계가 잘못되었다면 로봇의 완성도 내지 신뢰성에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보다 나은 설계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유한 요소 해석 및 모델 구축, 응력 결과 분석, 질량 특성 계산, 동역학적 해석, 반복 실험 등 R&D 과정을 다시 거칠 수밖에 없다. 엄청난 시간, 노력 그리고 비용이 요구된다. 로봇 설계정보가 시장의 검증까지 마쳤는가? 그럼 그 로봇 설계정보는 단연코 기업 입장에서 보호해야 하는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로봇 설계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필자가 검찰에서 근무하며 다수의 기술유출 사건을 수사해 본 결과, 상당수 기업이 로봇 설계정보를 영업비밀로 보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렵게 얻은 로봇 설계정보라 할지라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없다. 잘 알려진 것처럼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는 2019. 1. 8. 법률 제16204호로 개정되었다. 그에 따라 영업비밀의 3가지 요건 중 '비밀관리성' 요건이 완화되었다. 즉 일정한 요건을 갖춘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가 상당한 또는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되어야 영업비밀로 인정받던 것을 '비밀로 관리'된다면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규정이 개정된 것이다.
이러한 개정 이후에 '비밀로 관리'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아직 명시적으로 해석기준을 제시한 판례는 없지만, 이에 관하여 언급한 하급심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6. 4.자 2020카합20060 결정)을 참고해 보자. 재판부는 "부정경쟁방지법의 개정은 비밀관리성을 인정하기 위하여 영업비밀 주체가 특정 정보를 영업비밀로 관리하기 위하여 들인 합리적인 노력이라는 명시적 요건을 삭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비밀관리성 인정 요건이 다소 완화되었다고 볼 수 있을 뿐, 특정 정보가 영업비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비밀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요건 자체는 여전히 충족되어야 하며, 또한 정보가 그와 같이 '관리'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영업비밀 보유자의 노력이 투여되어야 함은 마찬가지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만약 현저히 낮은 정도의 비밀관리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기술에 대한 정보공개의 대가로서 보호가 주어지는 특허법 등과 비교해 볼 때 무형의 것으로서 공중에 공개되지도 않은 영업비밀에 대한 지나친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점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본론이다. 기업은 자사의 로봇 설계정보가 '비밀로 관리'되었고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법원에서도 동일한 판단을 받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적어도 아래의 3가지 방법을 지키기를 바란다.
1) 설계도면 등에 대외비 문구 표시하기
예를 들어 각 구성요소의 수치, 형상, 크기, 두께, 각도, 재질, 강도, 배치, 조립방향 등이 로봇 설계정보에 포함될 수 있다. 모두 중요한 R&D 결과물이다. 특히 특정 로봇 제작을 위하여 최적으로 조합된 설계정보의 경우 충분히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 이러한 로봇 설계정보는 설계도면, 회로도, 작업사양서 등에 직간접적으로 반영된다. 이들 문서 어딘가에 '대외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보안 문구를 기재하도록 하자. 보안 문구가 없는 일반 문서와 구분되어야 한다. 설계도면 등을 접하는 누군가에게 기업에 의해 비밀 관리되고 있는 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라고 객관적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자그마한 보안 문구가 나중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2) 접근 권한 부여하기
로봇 설계정보가 포함된 문서/자료는 권한을 부여받은 자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권한 부여에 대한 기준을 문서화하여 직원들에게 공지하자. 실무를 함에 있어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바로 '비밀로 관리'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DLP 등 보안 솔루션을 갖추지 못한 소규모 기업이라면 비밀번호 설정이라도 할 것을 권장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책임자가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함으로써, 설계정보 접근을 할 때 일정 수준의 불편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3) 보안 교육하기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누가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는 일이다. 기업 내부 보안 담당자 혹은 외부 전문가를 통해 교육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교육 참석 명단을 확보하여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보안 교육은 피교육자에게 기업이 로봇 설계정보를 '비밀로 관리'하고 있음을 알리는 훌륭한 수단이다.
지금까지 로봇 설계정보를 영업비밀로 보호하기 위한 3가지 방법을 살펴보았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많은 로봇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재 운영 중인 영업비밀 보호체계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로봇 기업이라도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점검하는 것은 어떠할까.
이 글은 이동환 대표 변리사가 로봇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로봇은 센서, 액추에이터, 모터, 감속기, 파워서플라이, 인공지능 내지 머신러닝 알고리즘 등 매우 다양한 기술의 집합체다. 로봇을 만드는 데에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 모든 것은 로봇 설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설계가 잘못되었다면 로봇의 완성도 내지 신뢰성에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보다 나은 설계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유한 요소 해석 및 모델 구축, 응력 결과 분석, 질량 특성 계산, 동역학적 해석, 반복 실험 등 R&D 과정을 다시 거칠 수밖에 없다. 엄청난 시간, 노력 그리고 비용이 요구된다. 로봇 설계정보가 시장의 검증까지 마쳤는가? 그럼 그 로봇 설계정보는 단연코 기업 입장에서 보호해야 하는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로봇 설계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필자가 검찰에서 근무하며 다수의 기술유출 사건을 수사해 본 결과, 상당수 기업이 로봇 설계정보를 영업비밀로 보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렵게 얻은 로봇 설계정보라 할지라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없다. 잘 알려진 것처럼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는 2019. 1. 8. 법률 제16204호로 개정되었다. 그에 따라 영업비밀의 3가지 요건 중 '비밀관리성' 요건이 완화되었다. 즉 일정한 요건을 갖춘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가 상당한 또는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되어야 영업비밀로 인정받던 것을 '비밀로 관리'된다면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규정이 개정된 것이다.
이러한 개정 이후에 '비밀로 관리'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아직 명시적으로 해석기준을 제시한 판례는 없지만, 이에 관하여 언급한 하급심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6. 4.자 2020카합20060 결정)을 참고해 보자. 재판부는 "부정경쟁방지법의 개정은 비밀관리성을 인정하기 위하여 영업비밀 주체가 특정 정보를 영업비밀로 관리하기 위하여 들인 합리적인 노력이라는 명시적 요건을 삭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비밀관리성 인정 요건이 다소 완화되었다고 볼 수 있을 뿐, 특정 정보가 영업비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비밀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요건 자체는 여전히 충족되어야 하며, 또한 정보가 그와 같이 '관리'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영업비밀 보유자의 노력이 투여되어야 함은 마찬가지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만약 현저히 낮은 정도의 비밀관리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기술에 대한 정보공개의 대가로서 보호가 주어지는 특허법 등과 비교해 볼 때 무형의 것으로서 공중에 공개되지도 않은 영업비밀에 대한 지나친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점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본론이다. 기업은 자사의 로봇 설계정보가 '비밀로 관리'되었고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법원에서도 동일한 판단을 받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적어도 아래의 3가지 방법을 지키기를 바란다.
1) 설계도면 등에 대외비 문구 표시하기
예를 들어 각 구성요소의 수치, 형상, 크기, 두께, 각도, 재질, 강도, 배치, 조립방향 등이 로봇 설계정보에 포함될 수 있다. 모두 중요한 R&D 결과물이다. 특히 특정 로봇 제작을 위하여 최적으로 조합된 설계정보의 경우 충분히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 이러한 로봇 설계정보는 설계도면, 회로도, 작업사양서 등에 직간접적으로 반영된다. 이들 문서 어딘가에 '대외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보안 문구를 기재하도록 하자. 보안 문구가 없는 일반 문서와 구분되어야 한다. 설계도면 등을 접하는 누군가에게 기업에 의해 비밀 관리되고 있는 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라고 객관적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자그마한 보안 문구가 나중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2) 접근 권한 부여하기
로봇 설계정보가 포함된 문서/자료는 권한을 부여받은 자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권한 부여에 대한 기준을 문서화하여 직원들에게 공지하자. 실무를 함에 있어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바로 '비밀로 관리'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DLP 등 보안 솔루션을 갖추지 못한 소규모 기업이라면 비밀번호 설정이라도 할 것을 권장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책임자가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함으로써, 설계정보 접근을 할 때 일정 수준의 불편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3) 보안 교육하기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누가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는 일이다. 기업 내부 보안 담당자 혹은 외부 전문가를 통해 교육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교육 참석 명단을 확보하여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보안 교육은 피교육자에게 기업이 로봇 설계정보를 '비밀로 관리'하고 있음을 알리는 훌륭한 수단이다.
지금까지 로봇 설계정보를 영업비밀로 보호하기 위한 3가지 방법을 살펴보았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많은 로봇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재 운영 중인 영업비밀 보호체계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로봇 기업이라도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점검하는 것은 어떠할까.